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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뉴스

  • [청년뉴스76호]할미넴과 청년들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0-12-03

  • 할미넴과 청년들

    “동네 창피해서 쓰겄냐”

    지난 24일 새벽에 열린 제48회 국제에미상 결선에 순창에 사는 할머니 4명의 힙합과 랩을 배우는 내용의 KBS전주방송총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할미넴’이 진출했다.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작품 속 할머니들의 랩 선생님은 다름아닌 서울에서 랩을 하다 잠시 고향에 내려온 20대 청년 강성균씨다. 국악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랩 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계약직 강사에 지원했다고 한다.

    필자 또한 저녁을 먹다 우연히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순창에서 할머니들이 랩을 배운다는 것이 조금은 생소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20대 청년 랩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정겹고 재미있었다. 세대의 벽을 허물고 평생을 감춰 둔 끼(?)를 발산하고 잃어버린 꿈을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더욱이 어린 아이들의 뛰어 노는 모습도, 아기 울음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된 시골마을에서 모처럼 생기가 넘치고 웃음꽃이 피는 모습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방송에서 보는 할머니들과 청년의 모습에서 만큼은......,

    요즘 어느 지자체고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을 걱정하지 않는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는 인구대책에 모든 정책을 쏟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청년 유출 및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어느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일 것이다.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많은 연구 분석 및 언론에서 지적한 저출산, 고령화시대 속에서 일자리 부족 등으로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 등지로 대거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그동안 인구절벽 시대에 계속되는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자치단체마다 대안으로 출산장려금 지원, 귀농귀촌프로그램 지원 등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시원한 대책과 성과는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도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에 대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지방 인구절벽 ‧ 소멸 위기는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빗 콜먼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국가 1호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도 저출산 추세에 수도권 등 대도시로의 인구유출 현상이 228개 시·군·구 중 84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최근 인구 유출과 고령화, 코로나19 여파까지 길게 이어지면서 지방이 신음하고 있다. 사람 발길은 끊겼고, 판로는 막혔다. 가뜩이나 힘든 지방은 고립 아닌 고립으로 더 힘들어졌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위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목을 조여 오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는 저출산 문제다. 올해 3분기(7~9월) 출생아 수가 7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역대 최소 기록을 새로 썼고 출산율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20만 명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많은 지자체에서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역에서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팍팍하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자녀 교육 문제로 아무리 좋은 시설과 지원이 있어도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지방 소멸을 얘기하면서 일자리와 청년 유출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청년 인구 유출’은 지방 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 봐야 하고 청년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청년 유출은 출생아 수 감소, 보육·교육 환경의 악화 등으로 다음 세대 인구감소까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고령화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로 가고자 노력한다. ‘지역 인재’라는 칭송을 받으며 도시로 떠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도시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도시로 떠난 청년은 지역을 등지고 지방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만다.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방 소멸의 원인을 청년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청년들을 떠나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할미넴의 랩 선생님, 강성균씨를 누가 순창으로 다시 오라고 했을까? 현실적으로 랩퍼가 활동할 수 없는 그런 곳으로, 흔히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지역을 떠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가장 힘들고 불편한 것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지역 기성세대들의 인식이라고 한다. 지역의 어른들은 청소년은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번듯한 곳에 취업을 해야 하고, 결혼 적령기가 되면 가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을 갔는지, 취업을 했는지, 결혼을 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히 묻는다. 당사자들에겐 비수로 꽂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물론 지역에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인프라,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용하고 활용하기엔 훨씬 자유롭고 더 많은 혜택과 지원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커뮤니티 그리고 연계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또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군 단위 지역의 기업들은 사람이 없어서 가동을 중단하고 연중 구인광고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청년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을 뿐이다. 우리 지역에 공장 유치했으니까, 인건비 얼마 줄 테니까, 지역 기업에서 일하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최근 단절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간 교류를 확대해야 상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함께 살아가야, 함께 살아난다’는 새로운 지역 상생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만 19~39세 서울 청년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넥스트 로컬(Next Local)’이 대표적이다. ’넥스트 로컬‘로 서울 청년들은 요즘 지방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 오미자로 친환경 샴푸를 개발하고 논산, 군산에서 유휴지를 활용해 예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30년 서울생활을 접고 무주에서 버섯 농사를 계획하고 있는 부부......,

    많은 지자체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외부 청년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유능한 청년들이 와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지역이 ‘아무것도 없어서 떠나야 할 곳’이 아니라, ‘아무 것도 없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그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혹은 지역을 떠났다가도 기꺼이 돌아와 지역에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지역은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지역의 청년들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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